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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스비헤이비어 실화 기반 여성영화, 다층적, 총평

by bonpain 2025. 5. 29.

‘미스비헤이비어(Misbehaviour, 2020)’는 1970년 미스 월드 대회를 배경으로 한 실화를 바탕으로, 사회의 성차별과 고정관념에 맞서 싸운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여성 서사’를 넘어, 당시 여성운동의 시초에 가까웠던 실제 사건을 중심으로 성별 권력구조의 모순을 지적하고, 그 속에서 일어난 갈등과 변화를 섬세하게 담아낸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닙니다. 본문에서는 영화의 줄거리와 역사적 배경, 인상 깊은 장면 및 총평을 통해 이 작품이 우리 사회에 주는 메시지를 깊이 있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영화 추천 미스비헤이비어

실화 기반 여성영화 : ‘미스 월드 대회’라는 전장

영화는 1970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미스 월드 대회’를 둘러싼 실화를 바탕으로 전개됩니다. 당시 미스 월드는 세계적인 이벤트였으며, 1억 명 이상의 전 세계 시청자가 방송을 통해 지켜보는 거대한 쇼였습니다. 그러나 이 대회는 단순한 미의 경합이 아니라, 여성의 외모를 상품화하고 평가하는 대표적인 성차별 구조물로 여겨졌습니다. 주인공 ‘샐리 알렉산더(키이라 나이틀리 분)’는 사회학을 전공하며 여성운동에 눈을 뜬 지식인 여성입니다. 그녀는 친구 조 조빈 슨(제시 버클리 분) 등과 함께 여성해방전선(Women's Liberation Movement)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미스 월드 대회를 직접적으로 저지하기 위한 계획을 세웁니다. 이들은 대회가 진행되는 런던 로열 앨버트 홀에 침입하여 플래카드를 펼치고, 연설을 방해하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킵니다. 한편, 대회에 참가하는 여성들 중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백인 대표뿐만 아니라, 처음으로 흑인 여성이 남아공을 대표하는 ‘미스 아프리카 사우스’라는 타이틀로 참가하게 되면서 인종차별 문제 또한 주요 이슈로 부각됩니다. 이 외에도 그레나다 출신의 ‘제니퍼 호스틴(구구 바서-로 분)’은 영화 후반부에 중요한 반전을 만들어냅니다. 그녀는 미스 월드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여성이 우승하게 되며, 외적인 미뿐 아니라 인종 다양성과 당당함이 결합된 새로운 여성상을 대중에게 선보입니다.

결국 여성운동가들의 행동은 체포로 이어졌지만, 전 세계 수많은 여성들이 이 사건을 계기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미스비헤이비어는 이처럼 사회적 통념을 뒤흔들고 여성의 자율성과 정체성을 되찾으려는 첫걸음이자, 역사적 사건을 재조명하는 영화입니다.

다층적 시선의 교차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여성의 시선을 다층적으로 조명한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미스 월드는 나쁘다, 페미니즘은 옳다’는 이분법적인 구조가 아니라, 각 인물들의 사정과 입장, 선택의 배경을 섬세하게 풀어냅니다. 예컨대, 주인공 샐리와 조는 활동가로서 사회의 인습과 맞서 싸우지만, 동시에 “왜 항상 우리가 희생하고 싸워야 하느냐”는 회의감도 느낍니다. 그들은 제도 밖에서 저항하며 변화를 시도하지만, 체제 내부에서 변화를 만들려는 사람들과 충돌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미스 월드 참가자들은 겉으로 보기엔 수동적인 존재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들 또한 생존과 선택의 문제 속에서 주체적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영화는 보여줍니다. 특히 제니퍼 호스틴의 시점은 흑인 여성으로서의 차별과 정체성, 그리고 무대 위에서의 존엄을 이야기합니다. 이는 서구 중심의 백인 여성 페미니즘 담론에 대한 비판적 성찰도 유도하며, 진정한 ‘다양성’의 페미니즘을 관객에게 제시합니다. 또한, 영화는 활동가들의 전략적 선택과 내부 갈등을 사실적으로 그립니다. 이들이 조직한 시위는 결과적으로 방송사와 전 세계 시청자에게 충격을 주며 이슈를 확산시켰지만, 이를 통해 ‘무엇이 진정한 변화인가’, ‘어떤 방식이 효과적인가’라는 질문도 던지게 합니다. 이처럼 미스비헤이비어는 이념이나 감정의 일방적 전달이 아니라, 복잡하고 현실적인 페미니즘의 풍경을 그리는 데 성공한 영화입니다.

총평: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여성의 외침

‘미스비헤이비어’는 단지 한 번의 시위와 한 명의 우승자를 다룬 영화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1970년이라는 특정 시대의 페미니즘을 조명하면서도, 지금의 관객에게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여성의 몸을 둘러싼 사회적 시선, 제도화된 미의 기준, 그리고 그 안에서 목소리를 내는 방법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지금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는가’에 대한 성찰을 유도합니다. 영화는 톤 앤 매너 면에서 무겁지 않으면서도 메시지가 뚜렷합니다. 유쾌한 대사와 에너지 넘치는 장면, 재치 있는 연출이 어우러져, 다큐멘터리적 무게감을 지양하면서도 전달력은 유지합니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훌륭합니다. 키이라 나이틀리는 지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주인공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구구 바서-로는 당당하고 침착한 연기를 통해 흑인 여성으로서의 존재감을 각인시킵니다. 실제 여성해방운동을 이끌었던 인물들이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실사로 등장하며, 관객은 이들의 용기와 진정성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들의 외침은 단지 과거의 일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현실임을 말해줍니다. ‘미스비헤이비어’는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들에 질문을 던지고, 침묵했던 이들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소중한 영화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변화는 거창하지 않아도 되며, 작은 행동이 큰 물결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사회의 편견과 구조적 차별에 맞서 싸웠던 이 영화 속 여성들의 용기가, 관객 각자의 삶 속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