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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 자본주의 끝판왕 , 블랙코미디영화 옥자

by bonpain 2025. 4. 24.

영화추천 옥자

 

2017년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영화 <옥자>는 단순한 동물 구조 이야기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속에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민낯을 날카롭게 풍자하는 메시지가 숨어 있다. '착한 기업'을 자처하며 지구와 동물을 사랑하는 척하는 글로벌 기업의 포장술, 그리고 이를 비웃듯 해체하는 봉준호 감독 특유의 블랙코미디는 관객에게 웃음을 넘어 깊은 불편함을 안긴다. 영화 <옥자>는 우리가 소비하는 것, 믿는 것, 그리고 '착함'의 기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글에서는 <옥자> 속 기업 이미지 포장 전략, 블랙코미디적 연출 방식,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불편한 진실들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본다.

 

착한 기업의 이미지 포장, 현실을 가리는 마케팅

영화 <옥자>의 핵심 배경은 미란도(Mirando)라는 다국적 식품기업이다. 이 기업은 “지속 가능한 식량 혁신”이라는 슬로건 아래, 유전자 조작 슈퍼돼지 ‘옥자’를 포함한 다양한 동물들을 실험하고, 이를 세계적인 축산 프로젝트로 홍보한다. 그 과정은 마치 친환경 캠페인을 보는 듯 착해 보이지만, 실상은 냉혹한 실험실과 공장식 도축 시스템이다. 미란도는 자신들이 하는 일이 생명윤리를 기반으로 한다고 포장하지만, 그 내면은 철저한 이윤 중심이다.

이러한 설정은 현실 속 다국적 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그대로 반영한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친환경', '비건', '지속 가능성' 등의 단어로 브랜드 이미지를 꾸미지만, 실체를 보면 노동 착취, 환경 파괴, 동물 학대가 여전하다. <옥자>는 이를 단순한 비판을 넘어서 비웃는다. 루시 미란도(틸다 스윈튼 분)라는 인물은 감정적으로 불안정하고 쇼맨십에만 몰두하는 인물로, '착한 CEO'의 허상을 그대로 상징한다. 그녀의 말과 행동은 불일치하며, 결국엔 자신의 이미지 관리를 위해 진실조차 외면한다. 이처럼 영화는 착한 기업이라는 가면이 얼마나 쉽게 씌워지고 벗겨질 수 있는지를 강하게 드러낸다.

 

블랙코미디로 해부한 자본주의 시스템

영화 「옥자」는 단순한 ‘동물과 소녀의 우정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그 내면에는 현대 자본주의의 욕망과 폭력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잔혹한 풍자극이자 블랙코미디다. 봉준호 감독은 익숙한 장르 문법을 뒤섞고, 귀엽고 순수한 동물 캐릭터를 통해 관객의 감정을 유도한 후, 그것이 결국 거대한 글로벌 자본의 탐욕 안에서 어떻게 희생되는지를 보여준다. 이 영화는 우리가 무심코 소비하는 고기 한 점의 뒤편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경제적, 윤리적 폭력의 서사를 통해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자기모순적인지 날카롭게 조명한다.
극 중 ‘미란도’라는 글로벌 식품기업은 ‘지속 가능하고 친환경적인 미래 식량’을 표방하며 유전자 조작을 통해 슈퍼돼지들을 대량 생산한다. 하지만 이는 기업의 이미지 세탁과 이윤 창출을 위한 거짓 홍보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생명 자체를 가공 가능한 상품, 브랜드화된 소비재로 바라보는 자본의 논리가 그 배경에 깔려 있다. 여기서 봉준호 감독은 미란도 그룹을 통해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 윤리, 환경을 이야기하면서도 실상은 끊임없는 소비 조장과 이윤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적 위선을 폭로한다. 특히 미란도 CEO 루시 미란도(틸다 스윈튼)의 이중적인 캐릭터는 ‘윤리적 소비’를 내세우며 브랜드 이미지를 포장하지만, 그 본질은 냉혹하고 계산적인 수치와 성과에 매몰된 자본가 그 자체다.
이러한 설정은 영화 전체를 블랙코미디적인 불쾌함으로 감싸며, 관객에게 끊임없이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왜 우리는 귀엽고 눈망울이 큰 동물에게는 감정을 이입하면서도, 고기 공장에서 무표정하게 죽어가는 수많은 동물에게는 무관심한가? 왜 ‘윤리적 소비’라는 포장 아래 또 다른 폭력을 묵인하는가? 이 아이러니는 미자가 옥자를 구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와 겪는 일련의 사건에서 극대화되며, 결국 자본의 언어가 감정과 윤리를 어떻게 지배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영화의 가장 강렬한 장면 중 하나는, 옥자가 도축장에서 다른 슈퍼돼지들과 함께 가공되기 직전의 순간이다. 이 장면에서 ‘산업화된 죽음’의 시스템은 놀랍도록 기계적이고 차갑다. 수많은 슈퍼돼지들이 철장 안에서 아무런 저항 없이 죽음을 기다리고 있고, 인간은 그 광경을 일상처럼 받아들이며 일한다. 여기에 삽입된 미자의 눈물과 옥자의 두려움은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자본주의 시스템은 감정을 제거하고, 생명을 수치화한다"를 가장 강하게 증명한다.

 

불편한 진실,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것들

영화 <옥자>는 대중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풍자와 코미디를 활용했지만, 그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옥자가 도축장에 끌려가는 장면에서 보이는 공포와 절망, 옥자와 미자의 감정적 교감은 단순히 인간과 동물 간의 우정을 넘어,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시스템의 폭력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우리는 매일 식탁에서 수많은 생명 위에 만들어진 결과물을 접하지만, 그 과정에는 어떤 고통이 있었는지는 잊고 살아간다.

옥자의 눈동자, 미자의 손길, 철창 너머에 갇힌 수많은 ‘옥자들’을 보는 순간, 관객은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영화는 그 감정으로 끝내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 소비할 것이다”라는 냉혹한 현실을 말없이 보여준다. <옥자>는 우리가 누구를 믿고, 무엇을 소비하며, 어떤 기준으로 윤리적이라고 판단하는지를 근본적으로 다시 묻는다. 진짜 불편한 진실은 영화 속 미란도가 아니라, 그 미란도를 필요로 하는 우리 사회의 구조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넷플릭스 영화 <옥자>는 단지 한 마리 동물을 구하는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착한 척’하는 자본주의 시스템과 우리의 무관심을 고발하는 작품이다. 봉준호 감독은 유쾌한 장면 뒤에 불편한 진실을 숨기고, 그 진실을 마주하게 함으로써 관객에게 진짜 질문을 던진다. 웃으며 시작한 영화는, 결국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불편한 거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