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액션과 첩보 스릴러 장르의 정수를 보여주며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작품이 개봉되었다. 바로 제임스 하우스(James Hawes) 감독이 연출하고, 레미 말렉(Rami Malek)이 주연한 영화 '아마추어(The Amateur)'다. 냉전 시대의 긴장감과 현대 테러리즘의 공포, 그리고 복수심을 지닌 주인공의 인간적인 고뇌가 절묘하게 엮인 이 작품은, 단순한 액션 이상의 울림을 전한다.
이 영화는 1981년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원작의 핵심 서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극적인 긴장감과 감정 몰입도를 극대화했다. 특히, 레미 말렉의 깊이 있는 연기와 정밀하게 구성된 스토리 전개는 기존 첩보물과 차별화된 색깔을 부여했다.
영화 기본 정보
- 제목: 아마추어 (The Amateur)
- 감독: 제임스 하우스 (James Hawes)
- 각본: 게리 스피넬리
- 출연: 레미 말렉, 레이철 브로스나한, 로런스 피시번, 홀트 맥캘러니 외
- 장르: 액션 / 스릴러 / 첩보
- 개봉일: 2025년 4월 5일 (북미 기준)
- 러닝타임: 114분
- 배급사: 20세기 스튜디오
- 관람등급: R (17세 이상 관람가)
줄거리
영화의 주인공은 CIA 암호 해독 전문가 찰스 힐스(레미 말렉)이다. 그는 현장 요원이 아닌, 항상 책상 뒤에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인물로, 실전에 투입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러나 평범한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진다. 약혼자가 테러 공격으로 사망하면서, 찰스는 자신이 그동안 해독해 온 정보들이 이 사건을 막을 수 있었음을 알게 된다.
복수심에 불타는 찰스는 CIA 상부에 직접 행동에 나서게 해달라고 요청하지만, 그의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었던 그는 결국 조직을 떠나, 자신만의 방법으로 테러범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영화는 '아마추어'라는 제목의 진정한 의미를 드러낸다. 그는 훈련받지 않은 민간인이며, 감정에 휘둘리는 '비전문가'다. 그러나 누구보다 냉철한 논리와 뛰어난 두뇌, 그리고 강한 신념을 지닌 인물이다. 영화는 찰스가 조직적 보호 없이 테러리스트들의 복잡한 네트워크를 하나씩 추적해 나가며 점점 더 깊은 음모와 맞닥뜨리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전개한다.
이 과정에서 그가 마주치는 진실은 더욱 충격적이다. 테러 공격의 배후에 있는 세력은 외부 적이 아닌, 내부에서 움직이고 있는 인물들이며, 정보는 언제나 ‘선별적으로’ 공유되고 있었던 것. 정의를 지키고자 하는 찰스는 결국 CIA와도, 테러 조직과도 대립하게 되며,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길로 들어선다.
비하인드 스토리
1. 감독 제임스 하우스의 영화 데뷔작
『체르노빌』, 『블랙 미러』 등 TV 드라마 연출로 유명한 제임스 하우스가 처음으로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장편 영화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제작 초기부터 "시청각적 긴장감 조성에 탁월한 감독"으로 불리던 그가 처음으로 스크린에 긴 러닝타임의 서사를 담아내며 어떤 연출력을 보여줄지에 대해 큰 관심이 집중됐다.
2. 레미 말렉의 직접적 개입
레미 말렉은 단순 주연 배우 그 이상으로,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캐릭터 설정 및 감정선 조정에 참여했다. 그는 실제로 인터뷰에서 “찰스는 누군가를 잃은 사람으로서 감정이 폭발하지 않도록 애쓰는 인물이며, 스스로도 외부보다 내부의 싸움이 더 크다”라고 언급했다.
3. CIA 협력 요청, 그러나 거절
영화 제작팀은 실제 CIA 현장 요원들의 리서치 및 자문을 요청했으나, 미국 정보기관 측에서는 “현실 반영의 수준이 너무 구체적”이라는 이유로 협력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제작진은 전직 요원 인터뷰, 오픈소스 보도자료 등을 통해 리얼리티를 최대한 확보했다고 한다.
4. 1981년 원작과의 차별화 포인트
원작 『The Amateur』는 냉전 분위기 속 소련 요원을 중심으로 한 복수극이었지만, 리메이크작은 사이버 시대의 불투명한 테러리즘, 내부 배신, 감시사회를 주요 테마로 삼아, 더 철학적이고 현대적인 색채를 띠게 되었다. 특히 “정보의 선별적 공유”라는 주제는 현대 사회의 뉴스, AI, 정보 조작 문제까지 연결되며 더욱 확장성을 가진다.
5. 촬영 장소: 프라하, 런던, 캐나다 밴쿠버
유럽 도시 특유의 중후함과 현대적 긴장감을 동시에 보여주기 위해 체코 프라하의 구시가지, 런던의 뒷골목, 캐나다 밴쿠버의 첨단 건물들이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다. 촬영지 선정 기준은 “익숙하지만 이질적인 느낌을 줄 수 있는 도시”였다고 한다.
6. 레이철 브로스나한, 액션 장면 직접 소화
『마블러스 미시즈 메이즐』로 유명한 레이철 브로스나한이 CIA 요원 역을 맡으며 색다른 변신을 보여준다. 주요 액션 장면 중 상당수를 대역 없이 직접 소화했으며, 훈련 장면이 SNS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총평
"아마추어(The Amateur)"는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다. 이 영화는 감정과 이성, 복수와 정의 사이에서 고뇌하는 한 인물의 내면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 액션과 추격씬이 인상적이지만, 더 중요한 건 주인공의 심리 변화와 선택의 과정이다.
레미 말렉은 이 영화에서 전작들과는 또 다른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내면의 분노와 슬픔, 혼란을 억누르며 점차 차가운 결단을 내리는 인물로 변모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보이는 그의 표정 하나는 이 영화가 단순한 블록버스터가 아님을 분명히 한다.
제임스 하우스 감독은 TV 시리즈 「체르노빌」에서 보여준 긴장감 넘치는 연출력을 이 영화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한다. 장면 전환의 리듬감, 침묵을 활용한 압박감, 도시의 어두운 배경을 통해 관객을 끝까지 몰입하게 만든다.
다소 평범할 수 있는 ‘비전문가의 복수’라는 줄거리를 현대적 맥락과 철학적 물음으로 확장해 낸 점은 이 작품의 가장 큰 성취다. 누가 정의를 말할 수 있는가? 과연 체계 바깥의 사람도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영화는 마지막까지 이 질문을 유보한 채 끝맺으며,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